폰테크 당일폰테크 폰테크당일 비대면폰테크 폰테크통신 전문 24시 https://cmaxfanatics.com/ [서울=뉴시스]정유선 기자 = “사람들이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많이 있잖아요. 그걸 없애기 위해 우리는 전혀 부정적이지 않고 이렇게 (잘) 살아갈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프로그램이에요.”
지난달 28일 뉴시스와 만난 오지현(25)씨는 ‘아보피치’가 무엇인지 묻는 기자의 말에 이렇게 대답했다. 지현씨는 친언니 오정현(28)씨와 구독자 4000명 가량의 유튜브 채널 ‘아보피치’를 운영하고 있다. 아보피치라는 이름은 언니 정현씨가 좋아하는 과일인 아보카도와 복숭아(peach)를 합쳐 만든 말이다.
아보피치 채널은 자매의 소소한 일상을 그린다. 늦은밤 잠옷 차림에 매운 컵라면을 먹거나 ‘힙한 동네’ 성수동으로 데이트를 나가는 모습은 여느 젊은이들과 다르지 않다.
한 가지 특징이 있다면 동생 지현씨가 지적장애 3급이라는 점이다. 이는 초등학교 저학년 정도의 지적 수준으로, 지현씨의 경우 사회성은 뛰어나지만 시간과 돈을 계산하거나 지도를 보고 길을 찾는 덴 어려움이 있다. 그러나 장애 자체를 주제로 하는 영상을 제외하곤 영상에서 그녀의 장애가 특별한 요소로 부각되지 않는다.
이들이 처음 함께 유튜브 영상을 찍게 된 건 2020년 코로나19 유행이 한창이던 때다. 언니 정현씨의 개인 채널로 출발했던 아보피치는 정현씨가 지현씨에게 화장을 해주는 영상이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자매와 주변 발달장애인 친구들의 일상을 보여주는 쪽으로 방향이 바뀌었다.
정현씨는 “유튜브를 막 시작했을 때 ‘지적 장애’를 검색해 보면 안타까운 사연을 소개하거나 불쌍하게 바라보는 시선의 영상이 대부분이었다”며 “실제로 힘든 부분도 있지만 지현이와 지현이 친구들은 밝게 자기 활동을 잘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이런 평범한 일상을 공유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지현씨는 어릴 적부터 명랑한 편이었지만 유튜브 시작 후 언어 능력이 향상되고 성격도 더 활발해졌다고 한다. 학창시절 따돌림을 당하면서 주위 눈치를 보는 습관이 있었지만 이 역시 지금은 많이 사라졌다. 지현씨는 뛰어난 사회성을 토대로 현재 성악, 모델, 장애인식개선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종횡무진 활동 중이다.
지현씨는 “지금도 어쩌다 한 번씩 사람과 눈을 마주치면 답답한 마음이 좀 있지만 힘 나는 음악을 듣고 스스로 괜찮다고 생각하면 스트레스가 풀린다”고 말했다.
가족의 장애 사실을 드러내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정현·지현씨의 부모님도 유튜브를 통해 딸의 장애를 공개하는 것에 반대했다고 한다. 그러나 동생의 미래를 위해 필요한 과정이라는 정현씨의 설득이 부모님의 마음을 움직였고, 지현씨는 있는 그대로 자신의 모습을 세상에 내보이게 됐다.
정현씨는 “지현이가 이미 장애를 가지고 있는 건 사실인데 그걸 계속 감추려 한다면 앞으로 훨씬 더 위축될 거다, 자기 장애에 대해서 당당하게 얘기를 하며 사회 속에서 지내는 게 미래에 훨씬 도움이 될 거라고 부모님께 말씀을 드렸다”며 “(동생이 긍정적으로 변한 모습을 보고) 지금은 저에게 고마워하신다”고 말했다.
자매의 솔직하고 꾸밈 없는 모습은 보는 이들에게도 용기를 준다. 영상을 시청한 장애인 당사자나 부모들 다수가 자매에게 감사 댓글을 남겼다. 그간 장애 때문에 어둡게 살았지만 자매의 영향을 받아 밝고 당당하게 살아보겠다는 다짐이다.
정현씨는 “저희를 보면서 희망을 얻는다는 식의 댓글들이 굉장히 많았다. 저희가 그렇게 크게 한 일이 없는데 (그런 반응이 나와) 감동이었다”고 했다.
이처럼 정현씨는 가족의 장애 사실을 숨기지 않는 게 좋다고 보지만, 장애를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이 각박하고 환경도 미비하다면 용기를 내기 어려울 수 있다.
정현씨는 “주위 환경에 예민한 자폐 친구들이 머무를 수 있는 편안한 공간이 잘 마련돼 있다거나 발달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다른 행동을 할 때 이상하게 쳐다보는 시선이 사라지는 등 사회가 좀 더 장애친화적으로 변한다면 (장애인들이 세상 밖으로) 충분히 더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현씨는 비장애인들이 장애인을 특별한 존재로 바라보기보다는 모두 같은 사회 구성원으로서 평범하게 살고 있다는 점을 알아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정현씨는 “지적장애라고 하면 (비장애인과) 너무 다르고 항상 부족하고 무언가 못할 것 같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렇지만 (실제로는) 이렇게 다양한 활동들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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