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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주희 기자 = 환갑을 앞둔 배우 지춘성(59)은 요즘 무대 위에서 스물여섯의 자신과 마주하고 있다.
1991년 연극 ‘동승’에서 동자승 ‘도념’으로 출연했던 그가 34년이 흐른 지금 다시 ‘도념’ 역을 맡았기 때문이다.
24일 서울 명동예술극장에서 만난 지춘성은 “다시 도념을 연기할 거라고는 생각해 보지 못했다”며 웃었다.
지난 17일 개막한 ‘삼매경’은 1939년 초연한 ‘동승’을 이철희 연출이 재창작한 작품이다.
1991년 박원근이 연출한 ‘동승’에서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도념’ 역을 맡았던 배우 지춘성은 이번 작품에서 다시 한번 같은 인물을 연기한다. 자신이 분했던 역할을 실패라 여기다 죽음을 앞두고 1991년의 연습실로 돌아가는 배우 역할이다.
34년의 세월을 건너 다시 ‘도념’을 마주한 지춘성은 “대본을 읽는 순간부터 1991년이 나에게 붙어있는 것 같다. 그때 극장의 냄새, 동료들의 말투, 연출의 디렉션이 지금의 나에게 다 붙어있는 것 같다”고 했다.
‘삼매경’에는 지춘성의 실제 삶과 허구가 자연스럽게 뒤섞여있다. 지춘성이 작품을 집필 중이던 이철희 연출과 자주 만나 자신의 이야기를 터놓은 덕이다.
극 중에서 “나는 ‘그때 동승’이 아니라 지춘성이야!”라며 감정을 쏟아내는 장면은 그의 고백이기도 하다. 그는 ‘동승’으로 제15회 서울연극제 남우주연상, 제28회 백상예술대상 연극 부문 인기상을 받으며 주목받았지만, 한편으로 오랫동안 ‘동승’의 그늘에 갇혀있었다.
지춘성은 “‘동승’으로 너무 각인이 됐다. 다른 인물로 분하고 싶은데 그게 안 됐다. 만나는 분마다 ‘어쩜 그때랑 똑같니’, ‘너는 영원한 동승이야’라고 하셨다. 그때는 그게 참 싫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작은 체구와 앳된 얼굴에 대한 콤플렉스를 안고 살기도 했다.
체격 조건 때문에 맡을 수 있는 역할이 한정됐고, 이 때문에 주로 아동극 무대에 올랐다. 같은 이미지로 굳어지는 게 싫어 출연을 마다할 때도 많았다.
전환점이 된 건 김주엽 연출의 연극 ‘알리바이 연대기'(2013년)였다. 1인 다역으로 여러 소년 역할을 오가던 그는 ‘아, 이건 숙명이구나’라는걸 느꼈다.
“(‘동승’ 이후) 20년이 훌쩍 지나서야 마음을 내려놨죠. ‘그래, 아동 역은 내가 제일 잘하니까’하고 그제야 받아들인 거죠.”
지금은 공연 중인 ‘삼매경’에 몰두해 있지만, 한때는 엄홍길 대장과 등반을 할 정도로 산에 푹 빠져있었다.
지춘성은 “히말라야를 세 번, 매킨리를 한 번 다녀왔다”며 “그때는 연극보다 산 잡지에 많이 나왔다”며 웃었다.
“산소도 부족한 설산에서 진짜 삼매경이잖아요. 나와의 사투죠. 누가 날 데려다주는 것도 아니고, 같이 가는 동료에게 처져도 안 되고요. 거기서 인생을 배웠던 거 같아요. 한 발 한 발 걷다 보면 어느 틈에 정상에 서 있어요. 후배들에게도 이야기를 해줘요. ‘묵묵히, 포기하지 말고, 한 발 한 발 걸으면 너는 정상에 서 있을 테니까 우리 그렇게 살아보자’고.”
사실 산에 오르기 시작한 것도 배우로서 한계와 고민 탓이었다.
지춘성은 “일이 안 들어오는데 뭐하지 하다가 마라톤을 시작했다. 마라톤 훈련 중에 지구력이 필요해 산을 탔는데 산이 재미있더라. 그렇게 산을 열심히 다녔던 체력으로 사실 지금 (무대에서) 버티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콤플렉스 때문에 괴로워할 때도 있었지만 산에 오르는 재미를 알게 됐고, 34년 만에 다시 ‘도념’도 만날 수도 있었던 셈이다.
그는 “마음을 계속 깎았던 것 같다. 선배들도 ‘너는 감초역을 해야 한다’고 했고, 나도 정상적인 역할은 좀 못하지 않나 생각했다”는 지춘성은 “그래도 ‘동승’으로 손 한 번 번쩍 들었으니까 그 정도면 충분하지 않나”라며 웃었다.
이제는 무대의 중심이 아니더라도, 함께 그 자리에 설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말한다.
“우리 후배들과 할 수만 있다면 나는 배경만 돼도 충분히 행복해요. 앞으로도 우리 동료들이 날 수 있는 배경을 만들어 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1991년 연기했던 ‘도념’도 자신처럼 어려움을 잘 극복했길 바라는 마음이다.
지춘성은 “나도 콤플렉스가 있었지만 실망하지 않았고, 나를 위해 도와준 사람들, 사물들 덕에 성장했다. 도념도 슬프고 아팠겠지만 인생이 살만한 것을 느끼며 잘 성장했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삼매경’에서 그는 끊임없이 연극과 연기, 배우의 역할 등에 대해 고민한다.
실제의 그도 크게 다르지 않다. 1988년 ‘레미제라블’로 무대에 데뷔해 연기 경력 40년을 향해가는 그에게도 무대는 여전히 “무서운” 곳이다.
배우라는 직업을 “천형”이라고 표현한 지춘성은 “지금도 내가 꾸는 악몽은 대본을 까먹는 것”이라고 고백했다.
“무대는 풀샷으로 보이잖아요. 내 영혼까지 관객들이 꿰뚫어 보는데, 어떻게 여기서 게으르고 장난칠 생각을 하겠어요.”
그럼에도 계속해서 무대에 오른 건 그때에만 느낄 수 있는 뜨거운 순간을 알기 때문이다.
지춘성은 “해냈다는 성취감이 있다. 정말 마약같다. 내가 정말 열심히해서 관객들에게 진심이 통했을 때 느껴지는 성취감이 있다. 내가 게을렀고, 거짓으로 했다면 그건 성취감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 초반, ‘도념’은 “내게 단 한 번의 삶이 다시 주어진다면 다시는 연극 같은 건 하지 않겠습니다”라고 외친다. 하지만 극의 후반부, 그는 “난 다시 태어나도 연극을 할 거예요”라며 온 생애를 바쳐 사랑했던 무대의 운명을 기꺼이 받아들인다.
다음 생이 주어진다면, 지춘성의 선택은 어떨까. 잠시 고민하다 “모르겠다”고 답하는 그의 얼굴에 슬며시 미소가 피었다.
“공연이 끝나면 홀가분할 거예요. 지금은 못 놓는 이 대본도 놓겠죠. 그런데 또 갈망할 거예요, 이 대본을. 또 어떤 대본을, 무대를 갈망하겠죠. 연기는 내가 제일 잘하는 거라고 생각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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