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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혜원 기자 = 태국과 캄보디아가 영유권 분쟁 지역에서 충돌해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했다.
수십 년간 이어진 영유권 분쟁으로 촉발된 이번 갈등이 양국 집권 세력 가문 간 싸움으로 번지면서 긴장은 좀처럼 완화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CNN 등에 따르면 24일(현지 시간) 태국 남부 국경 지대인 수린주 파놈 동 락 지역 타무엔 사원 인근에서 양국 군 간 충돌이 발생했다.
태국 군 당국은 최소 11명이 사망하고 10여명이 다쳤다고 발표했다. 사상자 중에는 8세 소년도 포함됐다고 한다. 캄보디아에서 발표된 사상자 정보는 현재까지 전해지지 않았다.
태국 측은 캄보디아 측이 자국 군기지를 먼저 공격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캄보디아는 태국 쪽이 정당한 이유 없이 급습했다는 입장이다.
이번 충돌은 수십 년간 이어진 영유권 분쟁이 양국 집권 세력 가문의 갈등으로 번지던 중 발생했다.
양국은 프랑스의 캄보디아 식민 지배 시절 그려진 약 820㎞ 육상 국경을 공유하면서 영유권 분쟁을 벌여 왔다.
국제사법재판소(ICJ)는 1962년 11세기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프레아 비헤아르 사원을 캄보디아 영토로 판결했지만, 태국은 사원 주변 지역 경계가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후 양국 분쟁이 이어지면서 갈등이 주기적으로 발생했다. 2011년엔 사원 주변 지역에서 충돌해 최소 20명이 사망하고 수천 명이 강제 이주됐다.
올해 2월 국경 인근에서 태국 군이 캄보디아 관광객의 국가 제창을 금지하면서 긴장이 고조됐고, 지난 5월 말 소규모 교전이 발생하기에 이르렀다. 양측이 외교적 해결에 나섰지만,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못했다.
이러한 와중에 패통탄 친나왓 태국 총리와 훈 센 캄보디아 상원의장의 통화 내용이 유출되면서 갈등은 걷잡을 수 없이 번졌다.
친나왓 총리는 지난달 중순 훈 센 의장과 통화했는데, 훈 센 의장을 삼촌이라 부르며 자국 군사령관을 험담한 사실이 알려져 최근 직무 정지됐다.
훈 센 의장은 40년 가까이 캄보디아를 강압 통치한 독재자로, 친나왓 총리 부친인 탁신 전 총리와 가까운 관계를 유지해 왔다.
두 가문은 30년 넘게 막역하게 지내왔지만, 통화 내용 최초 유출자가 훈 센 의장이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관계가 급속도로 악화됐다.
티티난 퐁수디락 태국 출라롱꼰대 정치학 교수는 CNN에 “앞으로 며칠 동안 더 많은 대립과 충돌, 긴장 고조가 발생할 수 있다”며 “양측 모두 쌓인 긴장 수준이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건 가문 간 복수다. 친나왓 가문은 현재 훈 센에게 매우 분노하고 있다”며 “이제 태국-캄보디아 문제만이 아니게 됐으며, 동남아 지역을 더욱 불안정하게 만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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